만만치 않은 두께와 복잡한 설정-인명, 지명, 역사 등으로 인해 읽기가 쉽지 않은 책이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시간 사랑을 받아 온 수많은 장점들을 느낄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얼핏 프로도가 절대반지를 파괴하는 것으로 이 이야기는 사실상 끝이 나며, 그 뒤에 붙는 적지않는 이야기들은 마치 사족처럼 착각하기 쉬운데 막상 끝까지 읽어보면 이 책의 진정한 맛은 그 뒷부분에 있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모험 이야기들은 모험의 목표를 성취하면 "그들은 모두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로 끝나기 쉽다.
그러나 이 책은 모험의 목표였던 반지를 파괴하고 난 뒤에도 마냥 행복하지 않다. 반지의 파괴를 위해 모였던 수많은 사람들은 각자 자신이 살던 곳으로 돌아가고 헤어진다. 모인 사람들이 모인 이유가 해결되면 당연히 헤어지는 것이지만 그 헤어짐의 과정은 독자인 나에게까지도 마치 생사를 함께한 동료와 헤어지는 것처럼 슬픔과 쓸쓸함을 안겨준다. 특히 프로도가 회색항구로 떠나고 샘과 메리, 피핀이 돌아오는 장면은 가슴이 아리도록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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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항구에 서 있는 샘에게는 저녁이 어둠으로 깊어 갔다. 잿빛 바다를 바라보는 동안 물 위에 떠 있는 그림자 하나가 보였지만 그 그림자는 곧 서쪽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는 그곳에 서서 밤이 이슥하도록 가운데땅 해안에 부딪히는 파도의 한숨 소리와 나직한 속삭임을 들었다. 그 소리는 그의 가슴속 깊이 가라 앉았다. 그의 곁에는 메리와 피핀이 아무 말 없이 서 있었다.
마침내 세 친구는 몸을 돌려 한번도 뒤돌아보지 않고 천천히 집을 향해 말을 몰았다. 그들은 샤이어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 말도 나누지 않았지만, 그 길고 어두운 여정을 함께 하는 동안 서로에게 크나큰 위안이 되었다.
그들은 고원을 지나 동쪽 길을 달렸고 메리와 피핀은 노룻골로 갔다. 벌써 그들은 노래를 부르며 달려가고 있었다. 샘은 강변마을로 방향을 돌려 계속 달렸으며 해가 저물 무렵 언덕으로 올라갔다. 집에서는 노란 불빛이 새어 나오고 불이 활활 타고 있었다. 저녁 식사가 차려져 있었으며 로우즈와 엘라노르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로우즈는 그를 맞아 들이고 의자에 앉힌 다음 꼬마 엘라노르를 무릎에 앉혔다.
그는 길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
"자, 이제 돌아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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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톨킨의 세계대전의 경험이 샤이어의 파괴와 익숙한 이들과의 헤어짐이라는 씁쓸함을 묘사하게된 원천일 것이다. 모인 자들은 헤어지게 마련이리니 그게 세상의 이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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