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는 변해도 나오는 이야기들은 비슷한 법 시사

“미→중 힘의 이동 돌이킬수 없어…서구잣대 고집말라”

인간의 수명 끽해야 100년이나 될까? 길어야 100년동안 인간이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정보나 지식이 얼마나 될까? 그러나 세상의 변화는 이런 인간들의 식견으로 이해하기에는 너무 거대한 것 같다. 만약 인간의 수명이 1000년정도 되었다면 지금보다 더 현명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옛사람들은 역사란 학문을 창조했으며, 우리는 이 역사를 통해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보다 장구한 시간의 흐름들을 파악하고 좀 더 거시적이고 깊은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어느 정도 배웠다는 지식인들이 진중한 고민을 포기하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류에 따라 얄팍하게 떠들어댄다면 참 유감스런 일이다. 몇 백년전의 일도 아니고, 불과 80년대 그러니까 20몇년전을 회고해 보자. 에즈라 포겔 교수의 <세계제일 일본>(Japan As Number One)이 나왔던 것이 그 시절이다. 한때 큰 반향을 일으켰던 이 책 요즘 보는 사람이 얼마나 있나? 

요즘 중국에서 <앵그리 차이나>(中國不高興)이란 책이 인기라고 한다. 이 책의 저자들은 과거 <No라고 말할 수 있는 중국>(中國可以說不)도 썼다고 한다. 음... 그런데 No라고 말할 수 있는..... 어디서 많이 들어보지 않았나? 그렇다. 일본 수꼴들의 대표 이시하라 신타로와 소니의 전 회장 모리타 아키오가 공동 저술한 <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NOと言える日本)이 이 분야의 원조다. 

군사 애호가들 사이에서 중국의 스텔스 기술이 한참 화제다. 한겨레 기사를 보니 이른바 중국의 군사전문가라는 '쑹샤오쥔'이라는 인물이 이 중국판 스텔스 전투기인 젠-20이 배치되기만 하면 미군은 싸워보지도 못하고 패배할 것이라고 기염을 토하고 있다.
어... 그런데 
이시하라 신타로가 한 말이다.(<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을 갖고 있지 않아서 정확하게 인용은 못하고 인터넷 문서로 출전을 대신하고자 한다.) 쑹샤오쥔(宋曉軍)은 저 <앵그리 차이나>의 공동저자 중 한 명이다.


물론 중국이 필연적으로 가까운 시일내에 일본의 길을 걷게 될것이라고 단언하려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패권이 영원할 것이라는 황당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보편적인 역사의 진리가 미국에게 예외가 될 수 없듯이, 왜 중국이라고 예외가 되겠는가? 부패한 관리와 권위적인 정부가 지배하며 빈부격차가 큰 국가는 지속적인 개혁 노력이 없는 한 발전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이것은 무수한 역사적 사례에서 증명이 되는 중요한 지혜다. 이 문제에서 중국인들의 문제의식과 노력이 없는 한 그들의 발전은 조만간 한계에 이를 것이다. 

그러고 보니 지금은 사라진 나라지만 한때 스탈린이 한참 공업화를 추진하던 시절의 소련도 80년대의 일본이나 지금의 중국처럼 서구국가들을 추월할 것이라는 호들갑스런 찬사(혹은 두려움)를 받았던 시절이 있었다. 소련도 한때는세계 최강이라던 독일군을 붕괴시켜서 동유럽을 지배했고, 미국과 치열한 과학기술 경쟁을 벌이면서 세계 최초로 위성을 쏘아 올렸고, 서구 유수의 지식인들에게 사회주의의 이상을 실현할 국가로 흠모도 받아봤다. 지금은 다 옛날 이야기지만...... 그런데 지금 중국이 그 정도의 수준에 도달한걸까? 적어도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80년대 그 잘나가던 일본의 기세가 꺽인 것도 지금 미국이 예전같지 않다고 비판을 당하는 것도 모두 부동산 거품이라는 동일한 원인에서 비롯된 것이다. 중국에서도 만만찮은 부동산거품 경보가 울리고 있다. 중국의 미래에 대해 예단을 하고 싶지는 않다. 그저 차분하게 자세하게 들여다 보아야 한다. 세월은 흘러도 주어만 바뀔 뿐, 경망스런 자들이 얄팍하게 떠드는 이야기들은 비슷비슷하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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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변 2011/01/16 00:19 #

    시대는 변해도 나오는 이야기들은 비슷한 법 http://kmw931.egloos.com/1994982#189359.02 1. 말씀하신 '현재' 중국 인권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환기나 "민주화는 권력자의 시혜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민중이 스스로 투쟁해서 권력을 쟁취해야만 이루어지는 것이다"라는 명제는 다분히 원론적인 지적이고, 마틴 자크는 어떤... more

덧글

  • ArchDuke 2011/01/06 23:57 #

    다른분 댓글에서, 어느 쪽이든 중국을 경계하는 의견은 필요하다고 하더군요. 자세력의 결집이라던가 등등.

    그나저나 5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점이라면, 부동산에 의한 불로소득이 골치거리라는 점이군요
  • umberto 2011/01/15 02:12 #

    "헨리 조지 만세" ^^
  • 파란태풍 2011/01/06 23:58 #

    한겨례야 미국을 깐다면 뭐든 하는 족속이니까 그저 웃고 넘어갑니다.
  • umberto 2011/01/15 02:15 #

    국제정치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한 사람들이 좀 있죠. 미국패권을 비판하는 것은 좋은데 원래 하나의 패권국가가 쇠퇴할 때에 오히려 세상은 더 시끄러워졌는데 그걸 모르죠.
  • shift 2011/01/07 00:05 #

    아주 멋진 글이네요. 요점만 쪽쪽 올리고
  • umberto 2011/01/15 02:15 #

    과찬입니다.
  • 미연시의REAL 2011/01/07 00:06 #

    부동산뿐 아니라 기축통화 이야기를 하는 소비시장의 내수적 문제도 안정화 되어서 중산층 확보가 되어있지 못한 극부극빈현상이 심화죠. 사회주의국가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기도 합니다만.. 거기에다가 고정환율인 위안화에 대한 절상문제라든지등의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유럽등의 위안화 문제등을 고려해볼때 당장은 중국의 경제속도 성장률만보고 판단하는건 무리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미국이 기축통화 체계 구축이나 경제1대국의 형태는 거저 엊어진 형태는 아니니까요.
  • 미연시의REAL 2011/01/07 00:07 #

    더욱이 한겨레의 J20 관련해서의 기사 저도 다른 기사에서 봤던 이야기인데 중국인 특유의 허장성세에 대한 문제가 크더군요.. 전자기술 관련해서의 중국의 기술력 차이와 미국의 기술력 차이는 전자전 능력 관련해서 중국이 미국대비 30~40년이나 뒤쳐져있다고 아직도 평가받는 판국인데 무슨 수로 저런 말도 않되는 능력을 한다는건지 웃길따름입니다. 과거 99형 전차 관련해서의 스펙이야기할때의 허장성세와 같은 논리가 아닌가 생각되더군요.
  • 미연시의REAL 2011/01/07 00:10 #

    좌파이념주의 특성의 반미-친중이념주의 특성상 이 논리의 성립의 문제는 계속 제기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중국의 강세라는 논리 말이죠. 언론이 이를 극히 잘 보여주고 있고 중국위협론 관련해서 한국 좌파들이 침묵하거나 반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니까요. 저는 앞으로의 형태의 저런 구축은 결국 미국이 중심이 되겠지만 미국 단독 국가형태만이 아니라 저는 현재의 미국의 동맹국들 즉 핵심동맹그룹인 한-미-일-호주-EU가 합쳐진 형태에서의 중심적 구점이 탄생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미국도 그래왔지만 중심축 자체가 어느 한쪽 국가의 중심이 되는것이 아니라 다국적 연합에 의한 기축의 중심이 되는게 현실이 아닐까 하네요..
  • umberto 2011/01/15 02:18 #

    좌파들이라고 해서 꼭 친중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중국내 반체제 인사들이라든지 농민공에 관한 기사는 한겨레에서도 많이 다뤘거든요. 다만 미국패권에 대한 반감으로 일부러 중국을 띄우려고 하는 감이 있는데, 그게 좀 문제죠.
  • 들꽃향기 2011/01/07 00:38 #

    아. 공감합니다. 그러고보면 '생산성' 측면에서는 소련체제가 더 우세하다면서 미국도 뭔가 해야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불안해하던 것이 바로. 희대의 경제학자이자 미국 세계경제전략의 조언자였던 로스토우의 관측이 아니었습니까? (웃음) 1980년대의 경제학자들의 일본경제에 대한 분석 역시 비슷한 논리였고 말이죠. 그 수많은 '호들갑'은 누가 과연 다 먹었을까요? (웃음)

    사실 권위와 학식을 가진 사람들조차도, 하나의 나라 혹은 사회가 종래의 '후진성'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가 갑작스럽게 발전하게 되면. 오히려 그간에 가져왔던 후진성 인식에 대한 역치, 즉 '불안감'으로 저들이 우리를 먹어치워버릴거야~ 꾸웨에에엑~이라고 외치는 조류에 합류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

    결국 필요한 것은 한 나라에 대한 말 그대로 '가감없는 시각'이 아닐가 싶습니다. 후진성이 있다고 멸시할 필요도 없고 곧 세상을 지배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것도 없으니 말이죠. ㅎㅎ 오히려 한 국가에 대해서 애정을 가지고 대하면 그 사회가 가진 강점과 한계가 동시에 보이는 장점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일례로 저는 중빠(!)로서 중국사정을 관심있게 수집하던 중에 있었던 경험. 즉 GEO지 등에도 실렸던 건수인데. "저를 사가시면 무엇이든지 하겠습니다."라는 팻말을 붙이고 길에 서있던 오지 출신 중국 소녀의 사진은 제 뇌리에 잊혀지지 않습니다.)

    덧 : 사실 한겨레 등의 신문에서 중국강대국론을 어설프게 띄워주면서, 우리는 "미국 대신 중국을!" 이라는 얼치기 '패권전환' 인식으로 나서는 것은 매우 경계해야할 일이라고 봅니다. 그나마 마지막 외교분야에서 일본을 파국으로 끌고간 것이, 바로 '부상하는 게르만 패권이 곧 과거의 앵글로 색슨 패권을 밀어버릴 것'이라고 어설프게 인식하고 떠들며 행동에 옳기던 오오시마 히로시와 같은 힛빠들이었던 것처럼 말이죠.
  • 소드피시 2011/01/07 03:03 #

    약자로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는 역시 설레발 보다는 눈치죠.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 umberto 2011/01/15 02:32 #

    맞습니다. 그리고 통찰력과 정보력이 있어야 눈치도 제대로 발휘될 수 있지요.
  • 페스츄리 2011/01/07 23:54 # 삭제

    이글루스가 무서워서 네이버에다 답글아닌 답글을 쓰게 되었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umberto 2011/01/15 02:30 #

    감사합니다.
  • 다문제일 2011/01/08 00:18 #

    표제가 선정적이긴 하지만 "중국 패권의 도래는 필연적"이라는 얘기 말고도

    - 중국 사회는 과거에 비해 자유가 많이 확산되었고 지금도 민주화에 대한 다양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도 중국의 정치적 진보를 기대할 수 있다.
    - 아시아 권역 내에서 중국의 패권이 공고해짐에 따라 과거의 조공 체제와 유사한 국제 질서가 구축될 가능성이 있다.
    - 중국은 주한미군과 경계를 맞대는 것을 절대로 원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멕시코에 중국군이 주둔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겠는가?

    이런 얘기들은 새겨들을 만한데 반응이라고는 "훗 역시 한겨레" "한겨레니까..." "한겨레 즐~" 뿐이라니. OTL

    이따위 단선적 사고를 치유하기 위해서도 '다른 목소리'들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 페스츄리 2011/01/08 00:19 # 삭제

    다문제일님의 말씀에 공감합니다.^^
  • umberto 2011/01/15 02:48 #

    1.중국의 자유가 과거 그러니까 고깔 씌우고 조리돌림하던 문혁시절에 비하면 많이 개선이 되긴 했습니다만, 근본적으로 덩샤오핑이 통치하던 시절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 봅니다. 한 예로 중국 대표 인권변호사라는 가오즈성씨는 생사불명 상태라고 하지요.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china/458274.html
    전두환, 노태우가 직선제 개헌안을 받아들인 것이 설마 대한민국의 정치적 발전을 바라는 그 분들의 순수한 우국충정의 발로라고 생각하지는 않으시겠지요? 과연 중국의 지도자들이라고 해서 민중의 압력없이 중국의 정치발전을 위하는 순수한 우국충정에 따라 자꾸 개기는 인권변호사고 노벨평화상 수상자고 가릴것 없이 마음껏 억압할 수 있는 권력이라는 신기한 물건을 순순히 민중에게 내놓을까요?

    2. 조공질서? 풋~ 천자국 노릇은 아무나 하는 것 아닙니다. 소련은 북한에게 미국은 남한에게 퍼줬던 것처럼 뭔가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천자국 노릇도 하는 것이죠. 과연 중국이 우리에게 뭘 줄 수 있을까요?


    3. 일본은 우리의 독도를 원합니다. 하지만 그래서 어쩌라고요?

    선입견 없이 중국의 미래를 고민해야 하지만 결국 결국 그 미래라는 것도 보편적인 세계사의 법칙-마르크스 식의 법칙이 아니라 인간세상의 보편적 상식-에 따라 예상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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