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 이혼 이야기 일상다반사

1. 

먼저 보증 이야기 부터

내 친척 a와 b가 있다. a는 남편과 장사를 하고 있었는데, 나름 잘되었던 것 같다. 그런데 a의 남편이 골프에 미치기 시작했다. a의 남편은 막내딸에게 골프를 가르쳐 골프선수의 길을 가도록 했고, 자신도 기존의 장사를 접고 골프연습장을 준비했다. 골프연습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본금이 부족하자 a의 남편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위해 주변에 보증을 요청했다. 

b는 예전에 장사를 시작했다가 망했다. 그때문에 확실치는 않지만 한때 신용불량 상태까지 갔다고 들었다. 현재 신용불량 상태는 아니라지만 늦은 나이에도 여전히 경제적으로 고전을 하고 있고, 그 때문에 결혼도 못하고 낡은 집에서 노모와 살고 있다. 사실상 자신 앞으로 제대로 된 재산은 없는 상태다. 

a의 남편의 독선에 의한 결과인지, 아니면 a도 적극적으로 동참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어쨌든 a의 남편은 기어이 일을 벌렸고, a의 남동생과 b에게 사정사정해서 보증을 받았다. 현재 a는 파산 직전의 상태라고 한다. 아마 조만간 빚독촉이 a의 남동생과 b에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a의 남동생은 대기업에 다니고 있지만 자식이 셋이다. 셋 다 어린 나이다. 수입도 나쁘지 않고 자기집도 있다지만 장차 자식 셋을 대학까지 보내려면 만만치 않은 저축이 있어야 하는데, 보증 금액이 얼마인지 모르지만 자식 교육에 치명적 타격이 될 것은 뻔한 일이다. 가장 큰 일은 b이다. 자기 재산이 거의 없으므로 얼핏 손해가 없으리라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이미 늦은 나이에 지금도 결혼을 못하고 있는데 보증빚까지 더해진다는 것은 평생 결혼하지 말고 늙어서까지 힘들게 살라는 말이나 다름 없는 것이다. 

금융업이란게 다른 말로 하자면 결국 '돈장사'일 것이다. 모든 장사에는 리스크라는 것이 존재한다. 모든 투자에는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왜 금융에는 보증이라는 특혜가 존재하는 것일까? 어느 기업이든 그 기업의 투자결정은 이익이 될 수도 손해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보증에는 어떠한 리스크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금융기관의 이익이 공공사업에 투자되는 것도 아닐텐데 말이다. 언제까지 탐욕스런 사기업을 위해 인간관계로 묶인 개인들이 희생양으로 바쳐져야 하는가?

2. 이혼 이야기

우리 어머니는 두 건의 이혼 위기를 말린 경험이 있으신 분이다. 친척 a와 c다. 물론 이 a는 위 a와 동일인물이다. a의 남편은 우리집에 와서도 종종 허황된 자기 자랑을 끝도 없이 늘어놓는 인간이었다. 허세와 자만으로 잔뜩 뭉쳐진 못난 인간이었다. 아주 예전에 a가 울면서 못 살겠다고 우리집에 온 것이 기억난다. 어머니는 타이르고 타일러서 이혼을 말렸다고 한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작은 이모님은 이혼에 찬성했다고 한다. 

c의 남편은 결벽증에 매정한 인간이었다. c도 심각하게 몇번의 이혼 위기가 있었다. 그때마다 어머니는 이혼을 말리셨다. c는 암에 걸리고 말았다. 나는 지금도 그 암은 c의 남편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몇 번의 수술과 항암치료 덕에 아직까지는 정상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언제 재발할지 알 수가 없다. 그저 낫기만을 바랄 뿐이다. 

어머니의 의도야 당연히 선한 뜻에서 나온 것이다. 옛날 사람이고 조용한 성품의 어머니에게는 그게 최선의 선택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아니다. a는 이혼했으면 최소한 허세덩어리 남편의 무모한 결정 탓으로 인한 파산의 고통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 c도 역시 이혼했으면 암에 걸리지 않았을지 모른다. 선의에서 나온 행동이라도 항상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요즘 이혼율이 높다느니 젊은 부부들의 참을성이 부족하다느니 말이 많지만 아무렴 파산이나 암선고 보다야 낫지 않겠는가?

인내를 통한 결혼생활의 유지라는 미덕은 부부가 둘 다 노력할 때 아름다운 결말을 얻는 것이지, 어느 한쪽의 일방적 인내와 노력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상대가 노력하지 않는다면 지체없이 이혼하는게 더 나은 선택이다. 

덧글

  • 2012/03/25 16:08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umberto 2012/04/15 13:30 #

    한동안 바빠서 이제야 댓글을 읽어 봤습니다. 죄송합니다. --;;;

    보증이 최소한의 저지선 역할을 하는 부분이 있다는 말씀은 앞으로도 계속 곱씹어 보겠습니다. 다만 위의 사례는 보증이 없었다면 아예 투자가 불가능했으리라는 점에서 보증제도가 상황에 따라서는 불합리한 투자를 합리화하는 부작용이 있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요?

    1~5 중에서 개인적으로는 2가 제일 가능성이 큰 것 같습니다. 3의 가능성은 뭐 제가 알 수가 없으니.............

    휴일에도 근무라니 많이 힘드시겠습니다.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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